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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일상

놀면 뭐하니? 뭐라도 배우자! ①

by 청춘예찬_J 2021. 1. 18.

 

작년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이유로 정말 잘 쉬었다.

하지만 올해는 불투명함 속에 실낱같은 희망 한가닥만 잡고 버틸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무언갈 해야한다'는 본능적인 직감.

 

놀면 뭐하겠나? 놀아봤자 없어지는건 돈과 시간이고, 더해지는건 나이 뿐이다.

 

나란 사람은 그렇다.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마음먹기만 하면 실행력은 바로 뒤따라온다.

지난 주말, 약 24시간 동안 나의 주변 환경과 현재 상황, 실현 가능성과 적성, 흥미 등을 고려해봤다.

한 마디로 머리 쥐나도록 고민했다는 말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결론을 내지 못하는 문제는 애초에 고민조차 안하는 성격이다.

기든 아니든 결정을 했다. 결정 후에는 바로 실행을 해야지. 

 

 


 

첫번째.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작년 말에 '내일배움카드'를 만들어 놓았다.

여러 후보군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이번 상반기에는 '영상편집'을 배워보기로 했다.

 

요즘 브이로그 처럼 개인 유튜브를 가볍게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아선지 짧은 영상편집 수업이 많지만,

그렇게 취미식으로 찔끔찔끔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

짧은 컷 편집과 음악, 자막 삽입 정도는 해본적도 있거니와 그건 독학으로도 충분 했다. 

나는 일반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기술까지도 배워보고 싶다. 이왕 배우는거 제대로 해야지.

 


 

두번째. 선택의 이유

1) 포스트 코로나,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여행업. 힘들지만 재밌고, 보람도 크기 때문에 놓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렇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언제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코로나가 가장 큰 위기라고 하지만, 앞으로 주기적으로 비슷한 질병이 찾아 올 수도 있다. 너무 불안정한 직업인 것이다.

또다시 일을 하다가 뜻밖의 상황으로 이렇게 두 손발이 묶인 채,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에겐 그런 공백을 메워줄만한 것이 필요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기술을 배운다면 어떤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코로나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영상편집 기술이었다.

 

 

2) 여행은 함께 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들었던 말이다.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시작한 것을.

권태기도 있었지만 추억은 미화된다고, 내 일에 애정을 느끼며 열심히 해왔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질문. 만약 배운다면,  '여행'이라는 소스를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답. 영상편집기술 (억지)

 

여행을 홍보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감성을 건드리는 시각적인 콘텐츠다.

예능에 나온 지역으로 앞다퉈 떠나고, 떠나기 전에 관련 다큐멘터리나 여행지를 배경으로한 영화를 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야기 창작을 배우는 건 어렵지만 기술은 충분히 익힐 수 있다.

영상편집 기술을 만만하게 보는건 아니다. 빨리 흡수 할 수 있는 것부터 배우면 좋을 것 같았다. 

상상만 하던 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그게 필요했다. 물론, 개인의 센스와 능력에 따라 결과물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사진 촬영 기술도 배워보고 싶다.  여행 인솔을 하며 손님들의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어 줬었다.

전문 스냅사진보다는 훨씬 퀄리티가 떨어지지만 여행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서 여행 후반부에 보내주는게 나의 취미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업무처럼 하는 일이기도 했고.

그동안 인솔자로서 여행의 방향을 이끌어 줬던 것처럼, 또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서포트 해주고싶기도 하다.

 

물론 지금으로써는 아직 막연하고, 너무 거창한 이야기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3) 경력을 만들기 위한 시간 아끼기

요즘 여행업에서 일하던 친구들은 이제 막 자격증을 따서 생판 다른 업종의 신입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여행업은 너무 특수한 업종이기 때문에, 경력을 살려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이 쉽지 않아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후에 다시 여행업으로 돌아온다해도 지금의 공백기를 채워준 경력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왕 하는 거 내가 이뤄놓은 것과 앞으로 해 나가는 것 모두 먼 미래까지 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상 편집 기술도 경력이 중요하겠지만 포트폴리오(작품) 등이 평가의 기준이 될 수도 있기에 일말의 희망이 있다.

개인의 능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경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거저 얻는 것은 없다지만 출발을 워낙 늦게 한 만큼, 나에게는 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영상편집은 내가 어딘가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홀로 결과물을 만들어 짠-하고 내보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내가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사람일지, 희대의 똥손일지는 모르겠다. 

 

 

4) 전공을 살려볼까?

어쩌면 결정적 계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관련 학과를  전공했다.

단순하게 어릴 때 워낙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들어간 학과였고, 나름 열심히 해서 학점도 남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입학 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하는 학과 5개 동아리 중에서 내가 들어간 영화동아리는 그 해에 신입생 50여 명 중에 달랑 3명, 특히 여자 신입생 중에선 나 혼자만 가입할 정도로 비인기 동아리였다.

누가, 얼마나 많이 가입한 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흥미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 새삼 느낀다.

 

4년 동안 방송, 영상편집, 광고제작, 홍보, 출판 등등 여러 전공 수업을 들으며 나름 간을 보았다.

사실 영상 제작보다는 영화 홍보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지만, 졸업 후에 1년 간 제대로 된 입사지원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이 일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의 가장 큰 관심과 흥미를 찾아서 간 곳이 바로 여행업이었다.

 

아무튼, 이젠 무엇을 해야하나 백지와 같은 상태일때 그래도 나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걸 배워보자 싶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흥미를 느끼는 것을 먼저 해보고 싶었다.

또 모르지. 20대 초반의 '나'보다, 30대 초반의 '나'가 더 의욕적이고 의지가 강할지도-

그렇게 졸업 후 8년 만에 돌고 돌아 다시 학생때의 마음가짐으로 전공과 관련된 것을 배워보기로 했다.

 


 

과연 내 선택이 옳은가에 대한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둔다.

항공권을 산 후에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격 비교를 안하는 것과 비슷하다.

잘한 선택이든 잘못된 선택이든 이미 결정했으니 돌이킬수 없다.

그리고 '배움'은 결코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