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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일상

2020년 Adios!

by 청춘예찬_J 2021. 1. 6.

모두에게 잊지 못할 2020년이 끝났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마치 안식년처럼 오래 쉰 한 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해 끊임없는 고뇌를 한 해였다.

몸은 누구보다 편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불편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2020년을 정리하며 지난 일 년을 돌아봤다.

초등학생 이후 다이어리를 1년간 꾸준히 쓴 최초의 해..

공교롭게도 연초에 헤어짐도 있었고, 여행도 없고 출장도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너무 잘 지킨 일상이 매우 단조로워서 나중에 들여다보면 노잼이라고 안읽을 것 같다. 

 

연초에는 단골 손님들을 데리고 서유럽을 다녀왔다.

전년도에 대한항공 모닝캄 회원이 되는 바람에 비즈니스 업그레이드에 대한 희망을 조금 품고 있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로마행 비행기에서 업그레이드가 됐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때가 마지막 출국이었다. 나는야 진짜 운이 좋은 사람 ^^

 

그리고 1월에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내가 담당하던 스페인 팀이 1, 2월에 세 팀이나 있었기 때문.

2월 13일 출발하는 스페인 팀을 마지막으로 회사에는 쭉 팀이 없었다. 그 팀도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전파된지 얼마 안되서 출발한 팀이었지만 여느 전염병과 마찬가지로 몇달 고생하면 끝날 줄 알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근데 웬걸, 갑자기 유럽에서 1~2명 퍼지던 것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전파되고 우리나라도 신천지 집단 발병때문에 2월 말부터는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정말 안타까운것은 5월 연휴기간의 스페인 여행에 대한 취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금방 괜찮아질줄 알고 너무 일찍 예약을 해서인지 고생을 사서 한 기분.

현지 호텔과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 받았고 부엘링은 전화로 취소를 해야했다. 국제선 항공도 줄줄이 결항 소식에 노선을 아예 닫아버렸다.

덕분에 항공은 전체 캔슬이 되어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됐고, 호텔스닷컴에서는 호텔 규정과 별개로 모든 호텔을 무료로 취소해줬다.

딱 한군데, 호텔 사이트를 통해 직접 예약한 그라나다만 유일하게 취소를 해주지 않았다.

올해 5월까지 사용해야한다는데, 뭐 갈 수 있겠어? 100만원 그냥 허공에 날린 셈이다.

 

한 4월까지는 단축근무를 하고 5월부터 휴직에 들어간 것 같다.

다행히 여행사라 고용유지지원금이 지원률이 다른 기업보다 높아서 유급 휴직이 가능했다.

거기다 180일 지원에서 210일로 연장해줬다. (대한민국 만세)

그래도 내년엔 괜찮아지겠지 하던 믿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져 갔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멀쩡한 국가가 없구나 깨달을수록 절망감은 커졌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포함한 전세계 국가들의 국민들은 모두 정신이 나간 사람들 같았다. (2021년에도 마찬가지)

 

8, 9월에는 단양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추 농사로 인해 나는 동네분들에게 건강한 청년, 요즘에도 이런 청년이 있다니. 등의 칭찬을 들었다.

좋은 말씀을 해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솔직히 말해 관심을 많이 주셔도 너무 피곤하다.

어른들은 꼭 그런 말씀 뒤에 필요없는 말가지 덧붙이기 때문이다. "시집만 가면 딱인데-."

이런 경험을 해봤기에 나는 시골 생활이 맞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여름에는 폭우로 인해 아마 전국 고추밭에서 탄저병이 돌았을거다. 덕분에 더더욱 힘든 농사일이었다.

지인들 위주로 판매를 해서 수익은 남겼지만 솔직히 말해 인건비 빼면 남는게 없었다.

엄마와 나 모두 무보수로 노동력을 제공했기때문에 이만큼이라도 남았던 것.

이번 여름의 땀으로 일군 고추 농사로 인해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농작물의 상태나 가격에 대해 우리가 쉽게 불평을 해서는 안되는구나 하는 것.

 

가을과 겨울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가을 단풍을 보러 계획까지 했는데, 코로나때문에 그리고 개인적인 일때문에 취소를 했다.12월이 되고 자료집을 고치는 등 일을 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코로나가 다시 심각해져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고 날이 풀리면 출근하기로 했다.홈페이지 개편을 한다고 영국이랑 캐나다 상품을 급히 만들었는데, 과연 언젠가 출발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회사를 안나가는 동안에 뭐에 홀린듯 웨이브와 티빙을 결제해서 잠시나마 한량같은 나날을 즐겼다.

나는 원래 국카스텐 팬이었는데 2017년을 기점으로 장기간 쉬고있었다. 원래는 끝난줄 알았지만 휴덕이었다.

하필이면 이 겨울, 다시, 이유없이, 빠질게 뭐람. 콘서트도 못가는 나날들인데 말이다.

아무튼 티빙으로 <이타카로 가는 길> 이라던지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을 열심히 봤다.

 

12월 말에는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좋은 회사가 있으면 회사를 그만둬도 된다고 말씀하셨다.회사때문에 좋은 기회를 날리는건 아닌지, 사회생활을 너무 오래 쉬면 안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 해도 코로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괜찮아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부담스러운듯 했다.

 

앞으로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안그래도 이번 겨울은 작년보다 추운데, 내 마음이나 미래는 체감 기온보다 더 낮은 것 같다.

너무 우울에 빠지지 않도록 하자.

답답함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야지 (덕질)

 

Adios! 2020년

 

2017년 크리스마스 콘서트 사진